마학
더러브렛의 세 시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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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모든 더러브렛은 17~18세기 영국에 들어온 세 수말, 바이얼리 터크·달리 아라비안·고돌핀 아라비안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수컷 혈통은 헤롯·이클립스·매첨 세 후손이 이었고, 현재 수말의 95%는 Y염색체가 달리 아라비안에서 왔습니다.

오늘날 세계의 모든 더러브렛은 17세기 말에서 18세기 초 영국에 들어온 세 마리 수말로 혈통이 거슬러 올라갑니다. 바이얼리 터크(1680년대), 달리 아라비안(1704년), 고돌핀 아라비안(1729년) 입니다. 이 셋을 시조마(始祖馬), 곧 품종의 뿌리가 된 씨수말이라고 부릅니다. 더러브렛은 경주를 위해 영국에서 만든 품종으로, 영국 토종 암말에 아랍·바브·투르코만 계통의 수입 수말을 교배해 17~18세기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바브는 북아프리카, 투르코만은 중앙아시아 계통의 말입니다.
세 마리는 누구인가
바이얼리 터크는 셋 가운데 가장 먼저 영국 혈통에 들어온 말로, 1680년 무렵 태어나 1703년 무렵 죽었습니다. 로버트 바이얼리 대위의 군마였고, 대위는 1689년 윌리엄 왕 전쟁 때 아일랜드에 파견돼 보인 강 전투에도 나갔습니다. 1686년 부다 전투에서 노획됐다는 설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지만 출신은 확실하지 않습니다. 털색은 흑갈색이나 검은색으로 전해집니다. 대위가 전역한 뒤 씨수말이 되어 1697년부터 영국 골즈버러 홀에서 지냈는데, 혈통 좋은 암말과는 많이 교배하지 못했습니다.
달리 아라비안은 1700년 무렵 태어난 밤색 아랍말입니다. 1704년 토머스 달리가 시리아 알레포에서 사서 영국 앨드비 파크의 형에게 선물로 보냈습니다. 체고는 약 15핸드(약 152cm)였고, 1722년 영국·아일랜드 최고 씨수말에 올랐습니다. 자식 가운데 한 번도 지지 않은 경주마 플라잉 칠더스가 있습니다.
고돌핀 아라비안은 1724년 무렵 예멘에서 태어났을 것으로 보이는 밤색 수말입니다. 튀니스의 통치자를 거쳐 1730년 프랑스 국왕 루이 15세에게 선물로 보내졌지만 그곳에서는 대접을 받지 못했고, 이후 영국으로 건너가 여러 주인을 거쳐 고돌핀 백작의 목장에 정착했습니다. 체고는 15핸드(152cm)로 작은 편이었고 목 윗선이 유난히 높이 솟은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씨수말이 아니라 암말의 발정을 확인하는 시정마(試情馬)로 쓰였습니다. 그러다 다른 수말이 교배를 거부한 암말 록사나와 대신 교배했고, 이때 태어난 래스가 뉴마켓의 퀸스 플레이트 경주에서 아홉 번 나가 아홉 번 모두 이겼습니다. 이후 1738년, 1745년, 1747년 최고 씨수말에 올랐습니다.
수컷 혈통을 이은 세 후손
세 시조마의 수컷 혈통, 곧 아버지에서 아들로만 이어지는 계보는 우연히도 각각 한 후손을 통해서만 오늘까지 살아남았습니다.
- 헤롯(1758년생): 바이얼리 터크의 고손자입니다. 바이얼리 터크 → 지그 → 파트너 → 타타르 → 헤롯으로 이어졌고, 1777~1784년 영국·아일랜드 최고 씨수말이었습니다.
- 이클립스: 달리 아라비안의 고손자로, 당대를 지배했고 한 번도 지지 않은 경주마입니다.
- 매첨: 고돌핀 아라비안의 손자입니다.
오늘날 더러브렛 수말 계보의 대부분은 이클립스를 거쳐 달리 아라비안으로 이어집니다. 한 유전 연구에 따르면 수컷 더러브렛의 95%가 Y염색체, 곧 아버지에게서 아들로만 전해지는 염색체를 따라가면 달리 아라비안에 닿습니다. 반면 고돌핀 아라비안의 수컷 계보는 지금은 드물지만, 과거 미국의 시비스킷, 맨 오 워, 워 애드미럴 같은 유명마가 이 계보였습니다.
유전자로 본 시조마
수컷 계보만 보면 달리 아라비안이 압도적이지만, 어미 쪽까지 모든 혈통을 합쳐 계산하면 그림이 달라집니다. 현대 더러브렛의 혈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고돌핀 아라비안이 13.8%로 달리 아라비안(6.5%)보다 높습니다. 시조마가 아닌 커웬스 베이 바브(4.2%)가 바이얼리 터크(3.3%)보다 많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2017년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린 연구는 21개 품종 말 52마리의 Y염색체 1.46Mb 구간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북유럽의 일부 계통을 빼면 현대 말 품종은 대부분 약 700년 된 하나의 Y염색체 계통에 묶였고, 이 계통은 동방에서 수입한 수말을 통해 유럽에 들어왔습니다. 동방 계통은 원래의 아랍말 계통과 투르코만 말 계통으로 나뉘는데, 영국 더러브렛의 Y염색체는 투르코만 계통에서 왔습니다. 연구진은 오늘날 말 품종에 이 Y염색체가 널리 퍼진 데는 더러브렛 씨수말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습니다.
흔한 오해: 세 마리만으로 만든 품종이 아니다
'모든 더러브렛은 세 마리에서 나왔다'는 말은 수컷 계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기록상 더러브렛 형성에 기여한 수입 수말은 약 160마리에 이르고, 그 가운데 절반 정도가 아랍 계통, 나머지가 투르코만과 바브 계통으로 추정됩니다. 회색 털을 더러브렛에 퍼뜨린 것으로 보이는 브라운로 터크처럼 시조마가 아닌 말도 흔적을 남겼습니다. 어미 쪽 뿌리도 여럿입니다. 19세기 연구자 브루스 로는 암말 계통을 50개로 나눴고, 이후 74개로 늘어났습니다. 다만 미토콘드리아 DNA 연구에서는 서로 다르다고 여겼던 19개 계통이 실제로는 15마리의 암말로 모였습니다.
이름도 품종을 보증하지 않습니다. 고돌핀 아라비안은 '고돌핀 바브'로도 불렸고, 바이얼리 터크는 기록에 아랍말로 묘사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이름은 대개 출신지나 들여온 경로를 반영한 것이어서, 혈통을 가늠할 때는 이름보다 기록과 유전 연구를 함께 봐야 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더러브렛은 지금 경주뿐 아니라 장애물, 종합마술, 마장마술에도 쓰이고, 여러 웜블러드 품종을 만드는 데도 영향을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