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학
말의 무리 생활과 서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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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말은 암말과 새끼를 중심으로 한 작은 무리로 삽니다. 서열은 싸움보다 낮은 말이 비켜 주는 방식으로 유지되고, 그 모습은 먹이와 물 앞에서 가장 잘 드러납니다. 새 말을 무리에 넣을 때는 단계를 밟는 편이 안전합니다.

말은 무리를 지어 사는 사회적 동물이고, 혼자 있기보다 무리 속에 있기를 좋아합니다. 포식자를 피해 달아나며 살아남은 피식 동물이어서, 여럿이 함께 있어야 위험을 먼저 알아채고 함께 피할 수 있습니다. 무리 안에는 서열이 있지만 싸움으로 정해지는 엄격한 계급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서열은 주로 낮은 쪽이 비켜 주는 방식으로 유지되고, 먹이와 물처럼 한정된 자원 앞에서 가장 잘 드러납니다.
야생 말 무리의 짜임
야생마와 야생화한 말(사람이 기르던 말이 풀려나 자연에서 번식한 무리)의 큰 무리는 대개 같은 지역을 함께 쓰는 여러 개의 작은 '밴드'로 이루어집니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밴드 하나는 2마리에서 25마리까지이고, 대부분 암말과 그 새끼이며 수말은 1~5마리입니다. 머크 수의 매뉴얼은 암말 6~8마리와 3살 이하 새끼, 성숙한 수말 1~6마리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다고 설명합니다.
무리의 중심은 암말입니다. 수말이 떠나거나 죽어도 암말들은 함께 남습니다. 밴드는 영역을 지키며 머물기보다 먹이와 물을 찾아 옮겨 다닙니다.
젊은 말은 성적으로 성숙할 무렵 태어난 무리를 떠납니다. 암말은 곧 다른 밴드에 들어가고, 수말은 대개 2살 전에 무리를 떠나 젊은 수말끼리 모인 '총각 무리(bachelor band)'에 합류합니다. 이런 이동이 근친 교배를 막는 본능일 수 있다는 해석이 있습니다. 총각 무리에서 가장 우세한 수말이 다른 무리의 암말을 데려가 자기 밴드를 꾸릴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머크 매뉴얼은 수말이 대개 5살쯤 자기 암말을 얻고 10살쯤 잃는다고 적고 있습니다.
누가 무리를 이끄나
수말이 암말 무리를 다스린다는 생각은 흔한 오해입니다. 수말은 주로 무리 가장자리에 머물며 포식자와 다른 수말을 쫓아내고, 무리가 이동할 때는 뒤에서 처진 말을 몰아 무리를 모읍니다. 평소에는 분변 더미와 소변 자리에 냄새를 남겨 자신이 이 무리의 수말임을 알립니다.
무리가 어디로 갈지는 대개 암말이 정합니다. 흔히 '리드 암말'이라고 부르는 우세한 암말이 먹이와 물이 있는 곳으로 무리를 이끕니다. 머크 매뉴얼에 따르면 암말은 다른 말을 몰아가는 것이 아니라 가고 싶은 방향으로 풀을 뜯으며 나아가는 방식으로 이동을 시작하고, 앞장서는 말은 대개 가장 배고프거나 목마른 말입니다. 한 마리가 늘 이끄는 것은 아니라는 관찰도 있습니다. 2014년 이탈리아의 야생화한 말을 관찰한 연구에서는 어느 말이든 이동을 시작할 수 있었고, 다만 서열이 높은 말일수록 다른 말이 더 자주 따라갔습니다.
서열은 어떻게 정해지나
머크 매뉴얼은 말의 서열이 대체로 직선형(1위가 2위보다, 2위가 3위보다 우세한 꼴)으로 보이며, 나이·체중·키·성별·무리에 있던 기간과 꼭 관계가 있지는 않다고 설명합니다. 위키백과는 A가 B보다, B가 C보다 우세한데 C가 A보다 우세한 비직선형 서열도 있고, 그때 어떤 자원이 더 필요한지에 따라 우열이 달라질 수 있다고 적습니다. 정해진 '쪼는 순서'가 없다는 최근 연구도 함께 소개합니다. 강조점은 다르지만, 서열이 싸움보다 낮은 말의 양보로 유지된다는 점은 같습니다.
말은 먼저 몸짓으로 뜻을 전합니다. 귀를 뒤로 젖히는 식의 신호가 통하지 않으면 물거나 차거나 밀어서 상대를 움직이게 합니다. 대개 상대를 비켜서게 만든 쪽이 우세한 말입니다. 망아지는 목을 뻗고 이를 딱딱 부딪는 동작으로 큰 말의 공격성을 누그러뜨립니다. 물이나 좋은 풀을 누가 먼저 차지하는지, 누가 누구를 위협하는지를 보면 서열을 알 수 있습니다. 서열이 높은 암말의 새끼는 자라서도 높은 서열에 오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람이 기르는 무리에서는 수말을 따로 두는 경우가 많아 암말이나 거세마가 우세해집니다. 대개 나이 든 말이 우위에 서지만, 늙고 약해지면 서열을 잃기도 합니다.
말을 기르고 다룰 때 알아 둘 점
무리 본능은 사람이 말을 다룰 때도 드러납니다. 다른 말과 떨어지는 것을 불안해하는 말이 있고, 다른 동물이 보이지 않는 곳에 혼자 갇힌 말은 불안해지고 다루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혼자 있는 말은 경계를 늦추지 못해 잠도 잘 자지 못합니다. 먹이를 줄 때는 서열이 높은 말이 먼저 먹고, 먹이가 적으면 낮은 말이 거의 먹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새 말을 무리에 넣을 때는 서두르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국제승마연맹(FEI)이 소개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마방을 나란히 두거나, 울타리 사이에 통로를 두고 방목장을 붙여 서로 보고 냄새를 맡게 합니다.
- 서로의 분변 냄새를 맡게 해 첫인사를 대신합니다.
- 무리에서 순한 말 한 마리와 먼저 짝을 지어 주고, 한 마리씩 더한 뒤 전체와 합칩니다.
- 합친 뒤에도 몇 주 동안 안전한 거리에서 지켜봅니다.
같은 글은 방목장의 날카로운 물건을 치우고, 발길질이 문제라면 뒷발 편자를 빼고, 건초 더미를 말 수의 두 배쯤 흩어 놓고 물통도 여러 곳에 두라고 권합니다. 새 말이 들어오기 전에는 예방접종 기록을 확인하고, 몇 주 동안 솔과 마구를 따로 쓰는 편이 좋습니다. 말끼리 부딪쳐 다친 곳이 보이면 수의사와 상담합니다.